가. 확률과 통계 지도의 의의
확률론이 이론화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진리를 닮은 것'으로 간주하였다. 점차로 확률은 '확신의 정도'라는 주관적 의미와 '확인의 정도'라는 객관적 의미로 분리되었다. 실제로 확률 개념은 예측 활동을 위해서 도입되지만, 대부분 확률 개념에 기초한 예측은 최종적으로는 개인적인 신념에 개입이 필요하다. 확률 개념은 과거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데 사용되지만, 실제 예측을 할 때는 확률 개념 이외에 개인적인 판단을 해야 하고, 개인적인 판단이 빗나가거나 적중하거나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아마 사고의 주관적 측면과 객관적 표현 간의 긴장과 조화를 확률만큼 잘 드러내는 수학 분야도 없을 것이다. 확률 개념은 주관적인 측면을 아주 배제하지 못함으로써 모호성을 가지게 되었지만, 주관적 측면을 배제하지 못했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학문적으로나 일상적으로 가장 널리 응용되는 수학적인 개념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실제 상황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하여 연구하는 것은 통계학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하다. 확률과 통계는 역사적 발달 과정을 보거나 여러 학문 분야에 응용되는 과정을 보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확률과 통계 고유의 사고 과정은 주로 자료를 수집하고 정돈하며, 해석하는 방법과 관련하여 다룰 수 있다. 주어진 자료를 읽고 해석하며, 추론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것 또한 여전히 중요한 경험이다.
흔히 확률과 통계 지도의 의의를 날씨 예보, 주식 동향 및 물가지수, 여론 조사 결과 등의 이해와 관련지어 설명한다. 이와 같은 실용적인 측면 외에 확률과 통계가 수학 내의 여러 영역, 즉 대수, 기하, 해석, 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확률과 통계 영역에서 경험하는 추론은 다른 영역에서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고유의 사고 과정을 경험시킨다는 의미에서 지도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나. 확률과 통계의 역사적 발달
어떤 현상에 대하여 이해할 때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하고 끊임없이 관찰하여 결과에 주목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되었다. 우리가 가능성에 관한 판단을 할 때 범하는 실수는 너무나 많다. 사실 확률과 통계의 이론화는 가능성에 대한 판단의 오류를 수정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1) 주사위 놀이와 확률
주사위 놀이는 확률 이론의 발달이 본격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루어졌다. 기원전 300년경 바빌로니아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담황색 도자기는 거의 정육면체 주사위에 가까웠다. 우리나라에서도 목제 주령구라고 하는 14면체 주사위를 만들어 놀이에 활용한 흔적이 신라 시대 유적지에서 발견되었다. 기원후 850년경 인도의 수학자들은 조합, 곱의 법칙, 같은 종류의 문자가 포함된 여러 문자를 정렬하는 방법 등에 관하여 알고 있었으며, 중국에서는 1100년경에 이미 오늘날 파스칼의 삼각형이라고 알고 있는 것을 다루었다. 12세기 말 회교국가에서는 조합론에 관한 연구도 이루어졌다. 주사위 게임에 대한 이론적 분석은 13세기에 이루어졌다. 단테의 <<신곡>>은 14세기 초에 쓰였는데, 역시 세 개의 주사위로 하는 게임에 관한 설명이 기록되어 있다. 15, 16세기에는 도박장에서 제기된 주사위 게임에 관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2) 파스칼과 페르마 사이의 서신 왕래
17세기에는 확률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일화인 파스칼과 페르마 사이의 서신 왕래가 이루어졌다. 다음 두 문제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수학을 적용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첫 번째 문제 : 한 개의 주사위를 4회 던졌을 때 적어도 한 번 6이 나오는 것에 내기를 걸면 유리하다. 그런데 두 개의 주사위를 24회 던졌을 때 적어도 한 번 (6, 6)이 나오는 것에 내기를 거는 것은 왜 불리한가?
두 번째 문제 : 두 사람이 같은 돈을 걸고 게임을 해서 먼저 5점을 얻는 사람이 돈을 모두 가지기로 하였다. 그런데 4:3의 득점 상황에서 게임을 중단해야 한다면 돈을 어떻게 나누어 가져야 하는가?
확률 문제 중에는 이처럼 현실과 거리가 있거나 공평성에 대하여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3) 파스칼 삼각형
파스칼 삼각형은 산술 삼각형이라고도 불리며, 중국에서는 이미 14세기 이전부터 다루어온 내용이다. 동양에서 이루어진 산술 삼각형 관련 연구가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건너가 수백 년 후에야 꽃을 피운 셈이다. 폴리아는 파스칼 삼각형에서 이항계수 공식을 도출한 것이 수학적 귀납법을 사용한 최초의 예라고 주장하였다. 이 외에도 파스칼 삼각형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탐구 문제가 상당수 있으며, 베르누이는 "파스칼의 삼각형은 감탄할 정도의 매우 뛰어난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4) 통계적 확률과 수학적 확률
확률론이 점차 발달하면서 보험, 의학, 사회과학, 천문학, 기상학 등 통계적 관점에 따라 전개되던 학문 분야에서 새로이 시선을 끌고 있는 확률 개념을 도입하려고 노력하였고, 확률론의 전개도 통계적 관점과 관련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베르누이는 "어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유사한 조건 아래에서는 과거에 일어난 경우와 비슷할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비율은 경험적으로 구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였는데,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통계적 확률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라플라스는 확률적 상황을 해석하는데 사건의 '동등한 가능성'을 암암리에 가정하였는데, 이 점 때문에 수학적 이론으로서의 엄밀성 확보에 곤란을 겪었다. 그는 전체 경우의 수와 부분 경우의 수의 비로 확률을 정의하였는데, 이 정의는 오늘날 수학적 확률이라고 불린다.
5) 중심극한정리
확률과 통계의 이론화에 있어서 라플라스의 업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중심극한정리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이항분포에서 시행 횟수가 무한히 커지면 정규분포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는 대부분의 천체 현상을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확률 현상을 중심극한정리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갈튼이 설명한 바와 같이 중심극한정리는 우연 현상, 즉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또는 전혀 알려지지 않는 과정이 어떻게 '점차' 잘 알려진 정규분포를 이루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연'한 사건의 축적은 여러 가지 가능한 결과를 완전히 예견할 수 있는 분포에 도달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연'은 그때그때에만 변덕스러운 것이며, 오랜 기간을 두고 반복되면 어떤 질서를 창조하게 되어, 무질서는 무질서이나 충분히 조직된 무질서이다.
6) 베이즈 정리
베이즈 정리는 이미 알고 있는 확률, 곧 사전 확률에서 출발하여, 관찰 또는 실험에서 얻은 증거를 반영하여 새로운 확률, 곧 사후 확률을 만드는 과정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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