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수적 언어로서의 변수
'변수'는 수학에서 특히, 대수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개념이다. 리처드는 관계를 기호와 문자로 표시하는 대수적 추상화가 수학의 핵심이라면 변수 개념은 대수의 핵심이라고 하였다. 변수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대수 중심의 학교 수학의 내용과 기호로 표현되는 다양한 수학적 개념을 학습하기 위한 토대가 된다. 우리나라 수학 교육과정에서는 함수 개념 지도와 관련하여 기본 용어로 다루는 수학적 개념이다.
가) 변수 개념의 이해
칸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특정한 대상을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의 사례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어진 대상을 어느 한 개념의 사례로 안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해서 그 개념에 대한 자신의 지식이 적절하게 적용되는지를 아는 것이다. 대수적 언어인 변수 개념을 예로 들자면, 학습자가 "변수에는 독립변수, 종속변수, 매개변수, 미지수, 부정소 등이 있다."라고 표현하였다고 해서 그가 변수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학습자가 진정으로 변수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은 수학적 상황에서 표현된 독립변수, 종속변수, 매개변수, 미지수, 부정소 등의 개념을 '변수'라는 추상적인 개념의 사례로 볼 수 있을 때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항상 추상적 개념에 관한 이해와 구체적 사례에의 적용 사이에 미묘한 균형이 유지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Fischer는 이론이 실재와 주체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상태를 '닫힌 수학'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가 주장하는 '열린 수학'이라는 것은 닫힌 수학과 대립하는 개념으로 새로운 수학 내용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주체의 참여와 수학적 개념을 발전될 때 개재되는 실재를 고려해야 함을 강조한다. 변수 개념이 수학 학습에서 유용한 수단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열린 수학으로, 즉 실재와의 관련을 통해서 변수 개념의 발생 상태 혹은 아이디어의 배경을 중요하게 고려하면서 도입되어야 하며 그러한 과정에서 변수 개념의 본질과 의미의 다양성이 부각되어야 한다.
나) 변수 개념의 본질
변수는 크게 동적인 측면과 정적인 측면으로 구분된다. 변수의 동적인 측면은 실제로 변하거나 변하는 것으로 가정되는 대상의 운동학적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고, 변수의 정적인 측면은 동치인 여러 대상을 동시에 나타내는 것이다. 프로이덴탈은 변하는 대상이라는 변수의 본질은 변수 개념의 핵심 아이디어를 이루는 것으로서 수학적 상황에서 여전히 지배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이를 변수 개념 지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 수학에서 해답 찾기를 강조하는 문제 해결 학습이 주가 될수록 변수는 대입을 위한 형식적 조작의 대상으로 취급되기 쉽다. 변수에 대한 동적인 접근은 함수에서, 즉 두 가지 변수가 서로 관련을 맺고 있을 때 한 변수를 다른 변수와 비교하면서 그것의 변화성을 강조하는 경우에 두드러지게 강조될 수 있다.
다가 이름으로서의 변수는 수학적 사고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일반화'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수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대수적인 표현을 의미 있게 경험하기 위해서는 다가 이름으로서의 변수 개념의 본질이 강조되어야 한다. 프로이덴탈은 다가 이름으로서의 변수 사용법을 지도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문자에 수를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수에 문자를 대입해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다) 변수 개념의 다면성
변수는 다양한 수학적 문맥에서 서로 다른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는 다면적인 개념이다. 방정식의 해를 나타내는 자리지기, 일반화의 표현을 위해 사용된 문자, 양 · 수 · 점 · 집합 · 명제 등 임의의 대상을 나타내는 기호,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수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부정소, 함수식에서의 독립변수 · 종속변수 · 매개변수 · 연산변수 · 관계 변수 등의 다양한 측면을 가진 개념이다.
라) 대수 개념과 변수
대수 개념 | 변수인 문자사용의 의미 |
문제 해결 과정의 학습 | 자리지기로서의 미지수 |
일반화의 학습 | 다가 이름으로서의 부정소 |
양 사이의 관계 학습 | 독립변수, 종속변수, 매개변수 |
구조의 학습 | 임의의 대상, 임의의 기호 (형식적 조작의 대상) |
마) 변수 개념과 인지장애
학생들은 변수의 형식적인 정의를 배우기 이전에 이미 여러 가지 형태로 변수 개념을 접하게 된다. 학생들은 변수의 형식적인 정의를 배우기 이전에 은연중에 그 개념을 접하는 과정에서 막연하게나마 변수에 대한 그들 나름의 인지 구조를 형성해 나간다. 그리고 이것은 변수를 형식적인 정의를 통해 접하게 될 때 변수가 대신하는 것은 '수'라는 생각으로 나타나게 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이러저러한 경험을 통해 형성된 개념 이미지는 개념을 사용하는 단계에서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변수에 대해서 학생들이 이미 가진 초기 인상은 변수의 일반적인 개념을 구성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1) 변수 기호의 임의성 이해 결여
학생들은 변수를 표시하는 기호가 변화하면 변수가 나타내는 대상도 변화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이 밝혀졌다. 학생들은 변수로 사용되는 문자가 유일한 대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에 문자의 변화는 대상의 변화를 수반하는 것이고, 그 역도 성립한다는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학 수업에서 교사는 때때로 다른 문자에 같은 값을 취해보면서 학생들의 인지장애를 완화해주어야 한다.
(2) 변수가 나타내는 대상 제한
대부분의 학습자는 변수를 접할 때 즉각적으로 수를 대신하는 것이라는 생각한다. 변수가 항상 수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변수가 항상 문자로 표현되는 것도 아니고, 문자가 항상 변수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변수를 포함한 대수식이 완결되지 않은 식으로 인식
구분 | 산술 | 대수 |
등호 해석 | 1. 등호를 '더하라'는 과제나 질문으로 인식 2. 등호는 오른쪽에 '결과'를 쓰라는 명령으로 이해 3. 등호는 비대칭적으로 인식 |
1. 등호는 등식의 기호 2. 등호의 양쪽에 있는 것은 같은 것을 나타내는 서로 다른 이름 3. 산술에서의 등호의 성격이 변하여 '대칭화' |
이처럼 대수에서는 산술에서와 달리 과정과 대상 사이에 명확한 구분이 없는 경우가 있고 대수식을 하나의 대상으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학습자의 능력은 조작적 관점에서 구조적 관점으로의 대수 학습의 진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4) 변수는 특정한 대상을 대신하는 것으로 이해
학생들은 변수를 방정식에서 특정한 값을 대신하는 문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일반적으로 임의의 수(양)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문자를 변수로 생각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다. 일반화된 식에서 부정소로 사용된 문자를 변수로 인식하는 학습의 기회가 그다지 제공되고 있지 않은 것을 지적할 수 있다.
(5) 독립변수, 종속변수 개념의 불완전한 이해
우리나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이 독립변수, 종속변수 개념을 불완전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독립변수에 대한 이해도와 종속변수에 대한 이해도에 차이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종속변수에 대한 이해도가 독립변수에 대한 이해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어떤 관계에서 한 변수의 변화에 의해 다른 문자의 값이 '따라서' 변할 수 있다는 개념이 잘 인식되고 있지 못함을 뜻한다.
교과서나 교사가 학습자의 올바른 변수 개념 향상을 위해 의미 있는 학습 경험과 적절한 지도를 제공한다면 학생들의 인지장애를 극복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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