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생각하면 총알이 날아다니고 폭탄이 터지는 무시무시함, 용감한 군인들과 각종 무기, 전투기 등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전쟁 이면에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도 하고 부상자를 살리기도 한 수학자들과 수학 개념이 있었습니다.
전쟁과 수학,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요?
전쟁을 직접 겪지 않았다고 해도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는 건 누구나 압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하기 싫다고 해서 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일단 벌어진 뒤에는 총력을 다해서 이겨야 합니다. 전쟁에서 진 국가와 국민이 어떤 일을 겪는지는 역사가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 전쟁에서는 기술이 대단히 큰 역할을 합니다. 발전한 기술은 더 좋은 무기를 제공하고, 좋은 무기는 전장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20세기 초중반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과학 기술자가 전쟁에 동원되는 일이 늘어났는데, 수학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오늘날 쓰이는 무기와 장비는 물론 보급, 운영, 전투 시뮬레이션 등 전쟁의 여러 요소가 수학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 탄도학과 사영기하학
18세기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세계 정복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파리 사관학교를 졸업한 나폴레옹은 포병장교 출신으로 "수학의 발전은 국력에 비례한다"는 말을 했을 만큼 수학의 가치를 높이 샀다고 합니다. 나폴레옹은 전쟁 중에 적군에게 포를 정확하게 쏘기 위해 모자의 각도와 직각삼각형의 원리를 이용해서 강폭의 길이를 알아냈다고 합니다. 이처럼 포를 정확하게 쏘기 위해서는 거리를 정확하게 계산해야 하는데 포에 영향을 주는 요인과 포가 이동하는 모양인 궤적에 대해 연구를 하기 위해 탄도학이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초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범용 디지털 컴퓨터인 에니악의 원래 목적이 대포의 탄도 계산이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마 감으로 돌을 던졌을 테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창이나 활, 투석기, 대포, 총과 같은 원거리 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따라서 선사 시대부터 전쟁에는 원거리 무기가 중요하게 쓰였습니다. 목표 지점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수학의 힘을 빌렸습니다. 날아가는 돌이 그리는 궤적을 눈으로 보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돌이 왜 그렇게 날아가는 것까지 설명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투영의 원리를 바탕으로 정확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프랑스의 수학자 퐁슬레는 러시아에서 포로로 잡혀 있을 때도 벽을 공책 삼아 연구했고, 그 결과 사영 기하학이라는 학문이 탄생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사영 기하학은 투영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입체 영상이나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탄도학을 수학적이고 이론적인 분야로 만든 최초의 인물은 이탈리아의 수학자 니콜로 타르탈리아(Niccolo F. Tartaglia)입니다. 타르탈리아는 비스듬히 던진 물체가 직선을 그리며 날아가다가 힘이 다하면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내려가다가 마지막에는 수직으로 땅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이후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등 쟁쟁한 수학자를 거쳐 비스듬히 던진 물체는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며, 그 궤적을 수학적으로 예측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수학자가 직접적인 방식으로 전투에 도움이 된 사례가 있을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의 일화입니다. 여러분들은 아르키메데스를 어떻게 알고 계시나요? 아마 대부분 목욕하다가 "유레카!"를 외친 것으로 많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아르키메데스가 포물선 모양으로 설치한 거울로 태양 빛을 반사해 쳐들어온 로마 전함에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하학 원리를 활용한 멋진 사례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현대에 들어서 정말로 가능한지 실험해 보기도 했는데, 그런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쉽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 통계, 암호, 최적화
간접적으로 수학이 전쟁에 기여한 사례는 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영국의 간호사이자 행정가였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은 통계를 이용해 위생이 부상자의 사망률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입증했고, 그 결과 사망률을 대폭 낮출 수 있었습니다.
암호 해독도 수학이 활약하는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시에르핀스키 삼각형이라는 프랙털 도형으로 잘 알려진 폴란드 수학자 바츠와프 시에르핀스키(Wacław Sierpiński)는 1919년부터 1921년까지 벌어진 폴란드-소련 전쟁 때 폴란드군을 위해 소련의 암호를 해독했습니다. 영국의 앨런 튜링(Alan M. Turing)도 암호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튜링은 제2차 세계 대전 때 독일군의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해 종전을 앞당기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수학자이자 암호학자였던 앨런 튜링은 알고리즘과 계산 개념을 형식화한 튜링 기계를 만들어 컴퓨터 과학 발전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미국의 수학자 조지 댄치그(George B. Dantzig)는 미국 공군에서 군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비용을 최대한 아끼면서 적에게 더 많은 타격을 줄 수 있도록 물자를 지원하고 배치하는 수학 모형을 개발했는데, 여기에서 선형 계획법이 나왔습니다. 선형 계획법은 미국의 수학자 조지 댄치그가 미국 국방부에서 일할 당시 '심플렉스 법' 개발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선형 계획법은 여러 개의 일차 부등식을 이용해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으로 심플렉스 법은 부등식을 만족하는 다각형 영역에서 최선의 방법은 다각형의 꼭짓점에서 찾는다는 내용입니다. 선형 계획법을 이용해 전쟁 때 많은 군사 물품을 배치하거나 운송하는 문제, 최소의 피해로 최대의 성과를 얻는 결과를 만들었고, 그 이후 1947년까지 군사 기밀이었으나 현재는 경제 경영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형계획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 란체스터 법칙
1916년 영국의 엔지니어 프레더릭 란체스터(Frederick W. Lanchester)가 미분 방정식을 이용해 만든 란체스터 법칙(Lanchester's laws)은 여러 전투 모형의 기본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쓰이는 무기와 전쟁의 양상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런 전투 모형은 아마 이전보다도 훨씬 복잡할 것입니다. 전쟁 시뮬레이션인 ‘워게임’ 역시 수학의 도움이 없으면 만들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전쟁은 참혹하고 아픈 역사의 산물이지만, 수학에서는 새로운 학문이 탄생하고 발전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수학이 전쟁에 도움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발전한 수학이 사회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요. 수학이 전쟁을 없애는 일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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